작가 정지우 ① 솔직함의 주파수를 찾으세요
2023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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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선수현 기자 / 사진 서경리 기자 다른기사 보기
정지우
작가와 변호사 경계에 선 사람. 매일 글을 쓴다. 소설을 쓰다 인문학 책을 썼고, 최근에는 진솔한 일상과 담백한 성찰을 담은 에세이를 쓴다. 《청춘 인문학》 《고전에 기대는 시간》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이제는 알아야 할 저작권법》 등 다양한 장르의 책을 출간했다.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한다. 그럴 수밖에. 소재부터 난관이다. 글감은 어찌나 뿌옇게 둥둥 떠다니는지, 간신히 소재를 움켜쥐면 첫 문장을 쓰는 것조차 쉽지 않다. 주어와 술어에 맞춰 문장은 짧게, 부사는 최소한으로 리듬감 있게 쓰라던데 도통 진도가 안 나간다. 단어와 단어 사이를 나아가는 게 이토록 멀게 느껴질 수 없다. 참 이상하다. 친구와 카톡 문자를 주고받을 때면 분명 손가락이 날아다녔는데.
그도 그럴 것이 글쓰기는 늘 평가 대상이었다. 학교 숙제로 글을 써가면 등급을 받고, 취업할 때도 서류와 자기소개서란 1단계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SNS에서는 다른가. 잘 쓴 글엔 ‘좋아요’ 수도 많다. 나도 모르는 사이 글을 쓰고 평가받는 데 익숙해졌다. 이렇게 써도 될까, 이렇게 쓰면 누가 비웃진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어느덧 내 두 손을 묶어버렸다.
정지우 작가는 글쓰기가 생각보다 ‘덜 심각한 것’이란 사실을 받아들이라고 조언한다. 친구와 카톡을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는 것은 심각하게 여기지 않은 탓이다. 카톡처럼 대화 상대를 상정한 말을 문자로 옮긴다고 생각하면 한결 편안해진다. 여기에 솔직하고 정확하게, 디테일까지 추가하면 독자는 흥미와 재미, 감동을 느낄 가능성이 더 높다. 편안한 글쓰기가 익숙해졌다면 다른 영역도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해볼 수 있을 것이다.
누구도 글쓰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과제, 이메일, 보고서, SNS 등 하루에도
몇 차례 글을 써야 한다. 정 작가는 “글쓰기는 재능보다 숙달의 영역”이라며 “누가 얼마나 오랫동안 많이 썼느냐의 문제에 가깝다”고 말한다. 꾸준히 쓰다 보면 글쓰기가 너무 심각하게 다가오지 않는 날이 있을 것이다. 언젠가 글쓰기가 내 삶을 좀 더 평온하고 행복하고 성숙시키는 데까지 이를 수 있다. 간략한 기록부터 시작해도 좋다. 20년 동안 매일같이 글을 쓰고 강연을 다니며 여러 권의 책을 낸 정지우 작가의 글쓰기 처방을 믿어보자.
글을 쓸 때는 솔직하고 정확하게, 디테일을 담아야 합니다.
솔직함이 가장 중요해요.
솔직함 주파수를 찾으세요. 감동을 일으키는 글이 됩니다.
어떠한 스킬로도 압도할 수 없는 고유함,
그 사람의 영혼을 접촉한 느낌이 들 정도죠.
매일 쓰는 사람 정지우, 오늘은 어떤 글을 썼습니까.
“저는 밤에 글을 써요. 어젯밤은 인생의 의미를 고민하다 글을 썼습니다. 어떻게 하면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경력을 더할 수 있을까, 고민하잖아요. 저도 비슷한 고민을 하다가 알았죠. 내가 이런 고민을 하는 이유는 결국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구나. 내가 원하는 인생이 뭘까, 글을 써보기 시작했어요. 인생의 의미는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주는 데서 비롯되는 것 같더군요. 타인에게 감동이든 웃음이든 정보든 주면서 의미를 느끼는 거죠. 직업도 대부분 타인을 위한 일이잖아요. 뭔가를 줄 수 있을 때 내가 가치 있는 인간이 되고, 인생의 의미를 찾는 거죠.”
첫 답변부터 인생의 의미가 나올 줄 몰랐네요. 하루 만에 끝낼 수 있는 고민이 아닌데 결론에 잘 도달했군요.
“궁금함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지더라고요. 저는 세상에 문제 제기하는 글도 쓰고 누군가에게 위안이나 공감을 주는 글도 써요. 그러니 제 글을 읽고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아직은 인생의 의미가 있구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인생의 의미를 설명하는데 관계성이 묻어납니다. 글쓰기가 지향하는 바도 그렇습니까.
“글쓰기의 본질은 타인과 소통이라고 생각해요. 글쓰기는 방 안에서 혼자 하는 일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백지 너머에 있는 대상을 상정하는 거잖아요. 글쓰기는 언어를 사용하는 행위고, 언어는 타인과 소통하기 위해 배우죠. 일기 쓰기도 결국 추상적인 타인에게 나를 설명하는 행위예요. 글쓰기는 더욱 그렇고요. 모든 글쓰기는 타인에게 말 걸고 대화하는 편지 쓰기라 생각합니다.”
좋은 글은 어떤 글일까요.
“좋은 글쓰기는 꽤 다양하게 정의할 수 있는데, 우선은 내 삶을 좋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글쓰기는 면역세포를 만드는 일이에요. 매일 몸속으로 들어오는 바이러스와 세균에 무너지지 않고 견디게 하는 힘이 면역세포잖아요. 우리 일상도 타인의 말과 기준이 끊임없이 파고들어요. 나는 주말마다 강아지와 산책하며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는데, SNS에서 해외여행과 호캉스를 즐기는 사람을 보면 괜히 박탈감이 들고 내 삶은 뭐가 잘못됐나, 생각할 수 있죠. 글쓰기는 이런 바이러스 같은 생각을 걸러내줘요. 글쓰기가 우리를 더 좋은 삶으로 이끈다고 믿습니다.”
좋은 삶을 위해 펜을 잡지만 막상 종이를 마주하면 어떤 글을 써야 할지 막막한 사람이 있어요. 머릿속에서 뿌옇게 부유하는 것들을 어떻게 건져내야 할까요.
“글쓰기 강연에서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소재 찾기예요. 소재가 없는 삶은 없어요. 지금 이 공간에 있는 모든 게 소재죠. 여기 의자가 있어요. 다들 의자에 얽힌 사연 하나쯤 있잖아요? 저는 초등학생 때 굉장히 장난꾸러기였는데 선생님이 저를 친구들과 떨어뜨려 놓으려고 교탁 옆에 ‘독도’라는 의자를 놓고 거기 앉게 했어요. 의자를 보고 떠오른 기억이죠. 의자를 소재로 글 한 편을 쓰면 100만 원을 준다고 해보세요. 못 쓸 사람이 있을까요? 소재가 없다기보다 ‘그걸 써서 뭐 하나?’ 같은 질문이 스스로를 가로막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왜 그런 질문이 우리를 가로막는 걸까요.
“두려움이죠. 평가에 대한 두려움. 글은 어려서부터 평가 대상이었어요. 글짓기대회에 참가하고, 일기를 써서 검사를 받고. 글쓰기는 놀이처럼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친구를 만나 수다 떨듯 백지에 옮겨놓을 수 있어야죠. 대화나 글이나 크게 다르지 않거든요. 다만 대화 상대가 있듯 글도 읽어줄 사람을 찾는 게 중요합니다. 글쓰기 모임도 좋고, 블로그에 글을 써서 이웃을 맺는 방법도 좋아요.”
저마다 글 쓰는 동기를 찾는 게 중요하겠네요.
“얼마 전 김풍 작가님을 만나 요즘 사람들이 글쓰기에 관심 갖는 이유가 뭘까, 이야기를 나눴어요. 우리가 아침에 눈을 뜨고 밤에 잠자리에 들기까지 스마트폰을 보느라 삶에 여백이 없는 건 아닐까 하는 얘기가 나왔어요. 잠깐 멈춰 생각할 시간도 없이 하루가 가득 차는 거죠. 글을 쓸 때만큼은 자신을 돌아보고 인생 고민도 해보잖아요. 무의식적으로 그런 시간을 갖고 싶은 것 같아요.”
작가님은 글을 쓰는 동기가 뭔가요.
“가까운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었습니다. 첫 번째 책 《청춘 인문학》은 대학생이 된 제 동생과 사촌동생에게 건네는 말을 담았어요. 또 로스쿨에 입학했을 때 아기가 태어났는데요, 연고지 하나 없는 부산에서 아내는 육아를 맡고 저는 공부를 했죠. 서로 사랑하고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어도 상황이 녹록지 않았습니다. 공부하는 틈틈이 30분씩 글을 썼어요. 대부분 아내에게 띄우는 글이었죠.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방향, 소중한 추억, 지금 어려움을 느끼는 마음을 담아 SNS에도 올렸고요. 내 곁의 사람들에게 전한 진심인데 다른 사람들도 공감하더라고요.”
상대를 정해놓고 글을 쓰려면 태도도 중요하겠어요.
“글쓰기는 결국 친절함이 녹아 있어야 해요. 내가 이렇게 쓰면 상대방이 알아듣겠지, 하는데 독자는 모르거든요. 제가 만약 ‘송무 변호사로 형사 전담이다’라고 말하면 일반인은 송무 변호사가 무슨 일을 하는지, 형사·민사가 어떻게 다른지 모를 수 있잖아요. 내 시선을 일반 독자 수준에 맞춰야 해요. 그게 친절과 배려의 관점입니다.”
글을 쓰면서 특히 염두에 두는 부분이 있다면요.
“솔직하고 정확하게, 디테일을 담아야 합니다. 글을 쓰려고 하면 마치 교장선생님이 쳐다보고 있듯 윤리적인 얘기를 하게 돼요. 간혹 글쓰기 수업에 가면 놀랄 때가 있어요. 참가자 대부분이 글쓰기 초보라 비슷비슷한 글을 쓰는데 어떤 사람은 너무 잘 써서 올해의 글로 선택해도 될 정도예요. 그런 분들의 특징은 자신의 솔직함 주파수를 찾은 거더라고요. 솔직하면서도 다른 사람을 불편하지 않게 만드는. 솔직함 주파수를 찾으면 감동을 일으키는 글이 됩니다. 어떠한 스킬로도 압도할 수 없는 고유함, 마치 그 사람의 영혼을 접촉한 느낌이 들 정도죠.”
가장 나다운 순간을 포착해서 글로 표현한 것이군요.
“맞아요.”
작가 정지우 2편으로 이어집니다
———–
작가 정지우 ② 글쓰기는 마음의 면역세포를 만드는 일
2023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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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면역세포를 만드는 일이에요.
매일 몸속으로 들어오는 바이러스와 세균에 무너지지 않고
견디게 하는 힘이 면역세포잖아요.
우리 일상도 타인의 말과 기준이 끊임없이 파고들어요.
글쓰기는 이런 바이러스 같은 생각을 걸러줍니다.
글쓰기가 우리를 더 좋은 삶으로 이끈다고 믿어요.
글쓰기에 정답은 없지만 오답은 있던데요. 잘못된 글쓰기를 배제하다 보면 더 나은 지점에 닿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문법이나 맞춤법에 안 맞으면 나쁜 글이겠죠. 이런 글은 맞춤법 검사기만 잘 돌려도 얼추 고칠 수 있어요. 형식보다 중요한 건 내용입니다. 내 삶을 나쁜 쪽으로 끌어가는 건 경계해야죠. SNS에 혐오, 조롱, 증오가 가득한 자극적인 글을 쓰면 ‘좋아요’를 많이 받을지 몰라도 내 삶은 불행해질 수 있어요. 글쓰기가 내 삶을 평온하고 행복하고 성숙시키는 방향으로 흘러가도록 해야죠. 나를 퇴보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때는 자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일반적인 글쓰기 원칙이 있죠. ‘문장은 짧게 쓰라’ 같은. 반면 작가님은 천편일률적인 글로 흐르게 하는 이런 조언을 경계한다고요.
“주어와 술어 맞추는 걸 어려워하는 분에게는 단문을 쓰라고 권합니다. 단문을 쓰면 확실히 글은 깔끔해져요. 하지만 어떤 시점을 넘어서면 장문의 호흡도 섞는 게 좋아요. 글이 너무 단문으로만 이뤄지면 메말라 보인다고 할까요. 다양한 문체에서 오는 즐거움이 있거든요. 사진도 증명사진이 제일 깔끔하지만 때로는 각도를 달리 해보고 원근법을 사용해 변주를 주면 흥미로운 결과물이 나오듯 말이죠. 접속사, 부사 등도 쓰지 말라고 하잖아요. 글을 처음 쓴다면 일정 부분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완전히 동의하진 않아요. 부사에도 얼마나 아름다운 세계가 있는데요. 부사만 가지고도 책 한 권은 쓸 수 있을 걸요. 글을 자유롭게 쓰는 단계에서는 다양한 표현을 시도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퇴고도 그래요. 대개 초고를 휘리릭 쓰고 퇴고에 정성을 들이라고 하는데, 작가님은 퇴고를 거의 안 한다고요.
“매일 글을 쓰지만 퇴고를 거의 안 합니다. 글을 읽으면서 쓰는 습관이 중요해요. 속발음이라고 하잖아요. 눈이 아니라, 속으로 글을 읽으면서 쓰면 퇴고할 필요가 없어요. 오타도 줄고요. 말은 자연스러운데, 글로 쓸 때 이상하게 느껴진다면 읽으면서 써보세요.”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글은 언제부터 썼나요.
“중학생 때 PC통신 게시판에 ‘스타크래프트 공략법’을 쓴 게 처음일 거예요. 요즘 웹소설 쓰듯 커뮤니티에 판타지 소설도 썼고요. 스무 살 무렵부터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그동안 폐쇄한 블로그 계정이 열 개는 될 거예요. 온갖 글을 쏟아내다가 어느 순간 창피한 마음이 들면 문을 닫곤 했습니다. 그때부터 나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하루를 정리하는 게 습관이 돼서 20년째 매일 글을 쓰고 있네요.”
어떻게 20년을 매일 쓸 수 있죠?
“중학생 때는 소설 쓰는 게 좋아서 그랬고 스무 살 무렵에는 이유가 달라졌어요. 작가로 살고 싶다는 목표 의식이 생겼거든요. 작가가 되려면 무조건 글을 많이 쓰는 게 첫 번째 조건이라 생각했어요. 축구 선수가 되고 싶으면 매일 축구 연습을 할 테니까요. 그런 생각으로 매일 쓰다 보니까 이제는 며칠 안 쓰면 답답해요. 며칠 전 이런 생각을 했고, 이런 마음이 들었다가도 글로 안 써두면 내 안에서 점점 사라지더라고요. 매일 한 편씩 쓰면 다음 날 머릿속이 백지가 돼 새롭게 쓸 수 있는데, 미루면 생각과 글감이 쌓여 머리가 더 복잡해지는 걸요. 오히려 안 쓰는 게 힘들어요.”
쓰기 싫은 날은 없나요?
“물론 있죠. 그래도 기록을 조금이라도 해두는 편이에요. 아이가 귀여운 말을 했다거나 그날 잊고 싶지 않은 순간은 있기 마련이니까요.”
에세이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제목을 보고 웃음이 터졌어요. 한편으론 심각하게 생각하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모든 글쓰기는 이어져 있다고 믿어요. 저도 일기, 에세이, 소설, 인문학, 논문, 소장 등 굉장히 다양한 글쓰기를 해왔거든요. 하나의 글쓰기에 익숙해지면 다른 글에도 큰 부담이 없어요. 물론 해당 영역의 문법을 터득해야겠지만 글쓰기 자체가 두렵진 않죠. 사소한 일상을 기록하는 일도 전반적인 글쓰기에 도움이 돼요. 이런 기록은 심각하게 여기지 않아도 되니 조금씩 해보는 게 어떨까요. 글쓰기는 재능보다 숙달 영역이거든요. 누가 얼마나 오랫동안 많이 썼느냐에 가깝죠.”
오늘은 작가 정지우로 만나고 있지만 본업은 변호사죠. 전혀 다른 결의 일을 병행하는 걸로 보여요.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 갔는데 생각보다 국문학 공부가 저와 맞지 않았어요. 무슨 일을 하든 쓰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은 건 확실했지만요. 요즘 시대 작가는 글쓰기 외에도 인터뷰, 강연, 북토크 등 역동적이고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가더군요. 글만 쓰는 작가는 드물었어요. 기자는 어떨까 싶어 언론사 시험도 준비했는데 이상하게 최종 면접 당일 가기 싫더라고요. 내가 진짜 기자로 살고 싶은 걸까 고민하다 결국 안 갔어요. 그러다 로스쿨에 다니던 동생의 권유로 로스쿨에 입학했어요. 동생이 법조인은 읽고 쓰는 일이 많아 저와 잘 맞을 거라고 했거든요. 서른두 살에 로스쿨에 입학하고 서른다섯에 신입 변호사가 됐습니다.”
진로를 놓고 방황이 많았군요. 작가와 변호사로 사는 삶에 만족하나요?
“좋아요. 작가로만 살았다면 몰랐을 다양한 이야기를 접하니까요. 의뢰인은 대개 절망적인 상황에서 변호사를 찾잖아요. 그 과정에서 인생을 배우는 면도 많아요. 세상을 볼 때 전공인 인문학 시선과 법의 시선으로 보는 재미가 달라요. 여러 개의 자아를 갖는 것도 좋은 일 같고요. 저는 서른다섯 살에 신입사원이 됐잖아요. 출근하니 상사들과 나이가 비슷하더라고요. 내 인생에 선이 하나라고 생각했다면 남들보다 늦은 출발점밖에 안 보였을 거예요. 하지만 인생의 다른 선, 글 쓰는 자아가 있으니 퇴근하는 순간부터 또 다른 나의 이야기를 펼칠 수 있었죠. 여러 자아가 있으면 인생 부담도 덜고 더 잘 살아가게 하는 수단도 늘어요.”
글은 흑과 백으로 채워진 세상이다. 하지만 정지우가 쓰는 세상은 다르다. 색색의 단어가 문장을 이루고 그 문장들이 연결되며 흑백의 2차원 글은 3차원 공간으로 선연하게 떠오른다. 솔직함의 주파수가 맞춰진 순간이다. 덕분에 진솔한 일상과 담백한 성찰을 담은 정지우의 에세이는 보는 사람의 마음에 자연스레 스며든다.
얼마 전 정지우 작가는 새로운 책을 펴냈다. 콘텐츠 홍수 시대, 저작권 문제를 망라한 《이제는 알아야 할 저작권법》이다. ‘쉬운 법’을 표방한 수많은 책들이 이뤄내지 못한 일을 이 책이 해냈다. 에세이 장르가 익숙한 작가의 예상 밖 행보로 보이지만 본업인 변호사 자아가 움직인 결과다.
이는 중요한 점을 시사한다. 편안한 글쓰기가 익숙해지면 다른 영역도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면 된다는 것. 에세이와 법률 책이 전혀 다른 영역으로 보이지만 정지우 작가의 말처럼 “모든 글쓰기는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문턱이 낮은 영역부터 나아가면 된다. 언젠가 어떤 글이든 부담이 없어질 날이 온다. 우리는 글쓰기를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내 글을 더 풍성하게 만드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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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쓰기의 기본 구조는 대조
좋은 글은 리듬이 있다. 그 리듬은 대조로 이뤄진다. 퇴근길을 주제로 글을 쓸 때, ‘퇴근하니까 그냥 기분이 좋았다’보다 대조를 사용해 디테일을 넣어보자. ‘퇴근길 날씨가 제법 선선해졌다’라고 하면, 지금까지 더웠지만 선선해졌다는 대조가 된다. ‘오늘따라 좀 쓸쓸하다’도 대조다. 어제까지는 별로 안 쓸쓸했는데 오늘은 쓸쓸하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기 때문. ‘난 쓸쓸한데 저 반대편 사람들이 웃고 있다’라고 하면 감정의 대조가 생긴다. 에세이뿐 아니라 모든 글쓰기는 쓰는 순간부터 다른 무엇과 대조를 이룬다. 상품기획서도 마찬가지. 상품기획서에서 중요한 건 다른 상품과 차별성이다.
2. 정확함·솔직함을 잊지 말자
글은 정확하고 솔직하게 파고들수록 풍성해진다. 부모를 소재로 글을 쓰라고 하면 부모의 사랑과 은혜가 먼저 떠오를 것이다. 학교에서 교육 받은 글쓰기 때문이다. 이런 글은 솔직하지 않다. 부모에게 존경스러움도 있지만, 부끄러운 면이 있을 수 있고, 부모를 사랑하지만 잊고 지낸 시간도 많을 것이다. 내 안을 정확하게 응시하는 게 글쓰기 시작이다. 퇴근길 소재도 그렇다. 똑같은 퇴근길이어도 모든 날이 같은 느낌일 순 없다. 어떤 날은 유난히 노을이 아름답고, 어떤 날은 쓸쓸하고, 어떤 날은 기분이 좋을 것이다. 이런 면면을 느끼는 대로 써보자.
3. 상대를 정하고 대화한다 생각하기
글은 읽을 사람이 상정돼 있다. 그 상대가 누구인지에 따라 글의 성격이 바뀐다. 철학과 교수가 읽으면 생각의 깊이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할 수 있지만, 일반 독자가 읽으면 공감하면서 깊은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독자는 구체적으로 상상하자. 독자를 너무 추상적으로 설정하면 글이 막연해질 수 있다. 친구, 연인, 가족이 읽으며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써보자. 그들에게 내 글을 마케팅하는 것과 비슷하다. ‘어떤 글을 써야 상대에게 잘 팔릴까?’ 전략을 짜고 읽힐 수 있는 글을 고민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