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컬 AI

[쫌아는기자들] 마크비전의 짝퉁잡는 버티컬 AI, “고객의 뾰족한 니즈를 캐치”: 임경업 기자

GPT4o 잘 쓰고들 계시나요.
나만의 GPT, GPTs를 만들어쓰는 쫌아는기자는 이번 업데이트에도 깜짝 놀랐습니다.
챗GPT의 한국어 답변이 빠르고, 굉장히 정확해졌거든요
(잠시 클로드로 이사갔었는데, 다시 챗GPT로 돌아왔습니다).
이렇게 AI의 빠른 발전을 체감하면서 문득 든 생각.
‘도대체 AI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진에서 이젠 영상도 비전으로 인식하고, 소리를 인식하고, 소리까지 모사하고, 영상까지 만들 수 있다면?
지금까지 나온 스타트업들의 SaaS, 소프트웨어들은 다 접으라는 것 아닐까?

때마침 AI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마크비전의 2024년 1분기 ARR(연간반복매출)
1000만 달러(약 130억원) 돌파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APR은 소프트웨어 기업의 성장성을 나타내는 주요 지표로,
추가 비지니스가 발생되거나 이탈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향후 12개월 동안 예상되는 연간 매출을 의미합니다.
위조 상품, 불법 유통 콘텐츠 적발 AI를 만들어 운영하는 마크비전의 주요 고객사는
LVMH, 네이버웹툰 등 각 분야의 대표 기업들입니다.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지금의 매출이 유지된다는 것으로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성장의 중요한 모멘텀을 달성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마크비전 창업자인 이인섭 대표에게 물어봤습니다.
그래서 GPT가 더 똑똑해지면,
이제 GPT가 사진도 영상도 뛰어나게 잡아내는데 마크비전의 AI도 갈아치울 수 있는 것 아니냐고요.
스타트업 AI들이 대형 맛집 프랜차이즈 앞에 놓인 골목식당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죠.
이 대표의 답은 심플했습니다.
‘어떤 작은 기업은 이 문제를 더 잘 알고 고객들이 더 필요한 일은 한다.
창업도 더 많이 알고 관심 있는 문제에 해야한다’ 고요.
오픈AI도 짝퉁 문제에 골머리 앓는 브랜드들의 모든 니즈를 조사할 수는 없을 겁니다.
오늘 레터는 떠오르는 버티컬 AI 스타트업 마크비전입니다.

1. “물건 뒤에 ‘-st’가 붙은 상품을 찾아내라”

-마크비전은 위조 상품,
그러니까 짝퉁 시장을 잡아내려는 목적의 소프트웨어로 시작했습니다.
출시가 2020년 말이니 3년 안에 굉장히 빠르게 성장한 셈이군요.

“마크비전은 2019년도에 미국 보스턴에서 창업한 스타트업입니다.
당시 저는 로스쿨 학생이었고, AI와 관련된 스타트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만 막연하게 갖고 있었죠.
B2B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서 기업들에게 판매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고,
2020년 학교에서 상표법 수업을 듣던 중, 위조 상품 시장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위조 상품 시장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범죄 산업 중 하나로, 연간 약 4000 조 원 규모에 이릅니다. 세계 무역량의 약 8%에 해당하는 금액이나 되죠. 특히 이커머스와 소셜미디어의 등장으로 인해 이 문제가 더욱 커지고 있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면서 나온 사업모델이 마크비전입니다.

마크비전이 초기에 구상한 해결책은 이미지 인식 기술을 이용한 컴퓨터 비전 기술을 활용해 위조 상품을 분류하고 제거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2020년 여름부터 제품을 만들었고요, 같은 해 말에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글로벌 브랜드들을 대신해 온라인상의 위조 상품을 찾아 제거하는 솔루션이었죠.”

-불법 유통 웹툰이나 콘텐츠, 딥페이크 사칭 같은 다른 문제도 해결해준다고 하던데요.

“이렇게 시작하게 되었는데, 온라인에는 위조 상품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제들이 존재해요. 불법 콘텐츠, 딥페이크를 이용한 사칭, 무단 판매 등 여러 이슈가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찾아내어 제거해주는 서비스로 확장했고요.

다루고 있는 주요 영역은 네 가지입니다. 첫째, 주력인 위조 상품입니다. 둘째, 불법 콘텐츠인데, 저작권이 있는 콘텐츠가 동의 없이 유튜브나 다른 플랫폼에 올라가거나 상품화된 경우를 추적합니다. 셋째, 온라인 사칭, 넷째, 무단 판매까지 커버합니다. 모두 브랜드 보호 및 IP 보호의 하위 영역인 셈이고요, 이 전체를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는 것이죠.”

-종합 IP(지식재산권) 보호 AI인 셈이군요. 매커니즘이 다 비슷한가요. 그래도 짝퉁 물건과 불법 웹툰은 좀 다를 수 있잖아요. 유통되는 경로가 다르다던가.

“네, 일단 위조 상품이든 무단 판매든 온라인 사칭이든 메커니즘은 다 똑같습니다. 온라인에서 찾아서 신고하고 제거하는 방식이죠. 찾는 거, 탐지, 신고, 제거 이렇게 세 단계로 나뉘어요.

우선 위조 상품부터. 알리바바에 위조 상품이 올라왔다면, 저희는 현재 1500개 이상의 이커머스와 소셜 미디어에 연동되어 있어요. 시스템이 들어가서 스크레이핑이나 인터그레이션을 통해 위조 상품을 찾아냅니다. 이 과정에서 온라인상의 정황만을 가지고 찾아내요. 실제로 사진을 찍거나 만져보는 건 아니고, 위조 상품을 판매하는 사람들이 보일 수밖에 없는 행동 패턴을 기반으로 탐지하는 거죠. 그래서 매우 정확하게 찾아내고 있습니다.

위조 상품을 파는 사람들의 목표는 짧은 시간 안에 많이 팔고 도망가는 거예요. 그래서 검색 결과 상단에 노출되려면 가격을 싸게 해야 해요. 평균보다 싸야 상단에 노출될 수 있으니까요. 이러한 가격 패턴과 다양한 시그널을 통해 저희는 이 사람이 나쁜 목적으로 판매하는지 알 수 있죠.”

-위조 상품을 찾아내는 노하우를 더 알고 싶습니다.

“사실 위조 상품을 파는 사람들도 항상 걸렸을 때를 생각해요. 내가 걸렸을 때 어떻게 하면 처벌을 좀 덜 받을 수 있을까 고민하거든요. 그래서 할 수 있는 방법들이 좀 있어요. 예를 들어, “나는 가짜를 진짜로 속여서 팔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거죠. 가짜를 가짜로 팔았고, 그걸 소비자가 잘못 생각한 것뿐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를 위해 상품의 상세 페이지나 이미지에 일부러 가짜일 수 있다는 증거를 남겨놓기도 해요. 그래야 나중에 빠져나갈 수 있는 거죠.

예를 들어, 가장 기본적인 방법 중 하나는 브랜드 이름 옆에 “ST”를 붙이는 거예요. 저희 고객사 중에 젠틀 몬스터가 있는데, 만약 “젠틀 몬스터 ST” 혹은 “젠몬 ST”라고 하면 이 “ST”가 스타일의 약자거든요. 즉, “젠틀 몬스터 스타일”이라는 뜻이에요. 진품이 아니라 비슷하게 생긴 스타일이라고 분명히 밝혔다는 거죠. 소비자가 이를 못 알아듣고 진짜로 생각하고 샀다면 그건 소비자의 잘못이고, 판매자는 잘못이 없다는 식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거예요.

이런 식으로 미러급이라는 표현이나 다른 여러 가지 표현들을 사용해요. 이런 다양한 방법으로 위조 상품 판매자들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는 거죠. 더 자세한 내용은 영업 기밀이라 여기까지만요..”

2. 핵심은 짝퉁(위조 상품) 신고서 작성, “사람의 1시간 노동을 AI가 대신”

-위조 상품을 찾았다고 가정할게요. 문제는 위조 상품, 소위 짝퉁을 못 팔게 하는 것입니다. 찾아도 전 세계 곳곳에서 팔리는 것을 대응하기 쉽지 않을테니까요.

“첫 번째 위조 상품 분석을 자동으로 하기 위해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사람 손으로 일일이 수작업하는 것과 자동으로 하는 건 완전히 다른데요. 자동화를 하려면 다양한 종류의 선글라스를 정확히 분류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판매자들이 정확한 이름을 써놓지 않기 때문에, 이미지를 기반으로 분류하는 것이 첫 번째 기술입니다. 그래서 첫 번째는 이미지를 통해 제품을 분류하는 기술입니다. 판매자가 제품 이름을 정확히 써놓지 않아도, 이미지를 분석해서 올바르게 분류할 수 있어야 하죠.

두 번째는 사진 안에서 증거를 찾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사진에서 로고가 붙어 있는 자리에 까만색 박스가 붙어 있다면, 이를 인식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 사진 안에서 증거를 찾는 기술이 두 번째이고요.

마지막 세 번째는 위조 상품을 찾았다고 하더라도, 이를 신고하고 제거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이커머스 플랫폼에 전화해서 “이거 가짜 같은데 내려주세요”라고 해서는 해결되지 않아요. 증거를 만들어서 소명을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저희는 ‘테이크 다운 리포트’라는 신고서를 자동으로 작성합니다. 이 신고서를 아주 길고 상세하게 작성해야 하는데, 이를 자동화한 것이죠.

신고서에 포함된 질문들 중에는 “어떤 IP를 침해했습니까?”, “침해 사유가 무엇입니까?”, “증거가 어디 있습니까?”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필요한 이미지를 찾아서 박스로 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여기에도 이미지 비전 기술이 들어갑니다. 이러한 기술을 통해 자동으로 증거를 수집하고 신고서를 작성하는 것이 마크비전 제품의 강점이죠.”

-그런데 위조 상품을 찾고 신고하는 일은 사람도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변호사나 훈련된 팀원이 짝퉁을 찾고 신고서를 작성하는 인건비가 비싸다면, 개발도상국의 저임금 인력을 활용할 수도 있죠.

“맞습니다. 이 일은 사람도 할 수 있는 일이에요. 위조 상품을 찾아내는 건 사람도 훈련만 받으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브랜드에서 짝퉁을 골라낼 팀을 만든다고 하면, 3명이 하루 종일 전 세계 이커머스를 뒤지면 찾아낼 수 있죠. 보통 기업들은 인턴이나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서 이런 작업을 하기도 해요.

그런데 진짜 어려운 부분은 신고서를 작성하는 거예요. 숙련된 사람도 신고서 하나를 쓰는 데 1시간 정도 걸립니다. 그런데 저희가 일주일에 신고하는 위조 상품의 양이 적게는 5만 개에서 많게는 10만 개예요. 그러면 10만 시간을 투자해야 신고가 가능한데, 이걸 저희는 자동으로 처리합니다. 이게 바로 저희의 기술력이죠.

마크비전은 생성 AI 모델을 사용해서 신고서를 자동으로 작성하는데, 지난 3년 동안 수천만 건의 신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합니다. 계속 자동 작성한 신고서를 훨씬 더 정확하고 정교해지고 있고, 이 누적된 신고서 데이터가 계속 마크비전에 쌓입니다. AI 모델이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점점더 효율적으로 작업하는 속도가 빨라지는 것이죠.”

-일종의 버티컬 AI군요. 짝퉁 잡아내고, 짝퉁을 신고하는 데 최적화된 AI.

“네. 버티컬 AI입니다. 챗GPT 같은 범용적인 생성형 AI 모델들은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되지만, 저희처럼 IP 침해와 같은 특정 분야에 깊게 들어가서 데이터를 모은 회사는 없을겁니다. 그래서 마크비전의 AI는 신고서를 누구보다 잘 작성할 수 있어요. 이렇게 쌓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AI는 이커머스나 틱톡 같은 마켓플레이스에 신고를 하는 것을 넘어서, 이젠 위조 상품 판매자들에게 협조문을 보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당신이 이런 식으로 위반하고 있으니 중단해 주세요”라는 내용의 협조문을 보내는 거죠. 이 모든 과정을 사람이 아닌 저희가 만든 시스템이 자동으로 처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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